얼마전 <무릎팍도사>에 나온 여배우 이미숙씨는 사랑은 나이와는 무관하다며, 자신이 60세쯤 되면 진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. 그 이전에 출연하여 전국민을 감동시킨 이순재씨 역시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라며, 중년 및 노년의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.
<라벤더의 연인들>은 바로 그런 점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.
단지 사랑의 대상이 20대 청년이라는 점이 다를 뿐.

영국의 대표 여배우 매기 스미스(자넷)와 주디 덴치(우슐라)를 내세우는 이 작품은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,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을 사는 두 노부인의  무기력한 삶에 젊은 청년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.
해변에 쓰러져있는 폴란드 청년 안드레아에게 첫 눈에 설렘을 느낀 우슐라는, 황혼에 찾아온 첫사랑의 감정에 혼란을 느낀다. 성별로는 male과 female이지만 둘의 나이차는 거의 반백년에 가까운 상황.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최 컨트롤이 안되는 자신의 마음을 작은 꽃 한 송이로 표현하는 소녀 같은 우슐라. 비록 그녀의 머리칼은 하얗게 센 회색빛이었지만 마음 만은 핑크빛이어라.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알리 없고, 알아도 어쩔 수 없었을 안드레아와의 행복한 일상은 곧 끝을 향해 내달린다.  

노년 부인이 20대 청년에게 사랑과 욕망을 품는다는 영화의 줄거리만 보면 이 영화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. 하지만 그 소재의 파격은 영화의 배경이 된 아름다운 전원 풍경과 평화로운 주민들의 일상의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는 감독의 연출력에 의해 순화된다. 그리고 곧 관객의 마음은 노부인의 아슬아슬한 외사랑을 무게 있는 그려내는 주디 덴치의 눈빛에 동요된다.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녀의 눈가 주름이나 회색빛 머리칼은 잊은 채 우슐라의 소녀 같은 순정에 가슴이 찡해 온다.

나이 들었기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한다는 것은 우슐라의 말처럼 'unfair'하다.
만약 우슐라 역시 안드레아 처럼 청춘이었다면 둘은 해피엔딩을 맞이했을지 모르겠다.
하지만 한 편으론, 우슐라는 안드레아의 청춘에 반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.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청춘의 아름다움은 그게 안드레아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매혹적이지 않았을까.
물론 그것이 청춘에 대한 매혹이었든 아니었듯 우슐라의 사랑은 사랑 그 자체였다.

이 영화의 또다른 감상 포인트는 바로 영화 전반을 흐르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다.
영화의 배경이 된 영국의 해안마을 '콘월'의 청아한 하늘 아래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안드레아의 모습은, 섬세한 바이올린 선율과 어울려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. ('한 폭의 그림 같다'라는 표현은 지독히 상투적이면서도 기똥찬 표현 같음)
영화의 주제곡 'Ladies In Lavender'는 <레드바이올린>의 조슈아 벨이 연주를 맡았고, 엔딩을 아름답게 수놓은  'Fantasy For Violin and Orchestra'는 조슈아 벨과 로얄필하모닉이 협연이라고 하는데, 오 뷰리풀, 엑설런트, 브륄리언ㅌ! 역시 영화의 품격을 올려주는 화룡점정은 사운드트랙이라는 생각을 했다.


끗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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